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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누구의 누구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식물의 진화과정을 보면 곳곳에서 경이로움과 만나게 된다. 예컨대 사냥할 때 치타는 시속 80km까지 내달릴 수 있는데 몸이 그 스피드를 견딜 수 있도록 심장을 비롯한 장기들이 진화한 거라든지 스스로는 이동할 수 없는 나무들이 번식을 위해 자연 및 주변 환경들을 적절히 이용, 멀리까지 씨를 퍼뜨리는 행위 등은 진화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인간의 만물 지배가 아닐까 싶다. 강력한 살상무기나 빠른 발 등 다른 동물들을 제압할 아무 우월함도 갖지 못한 (본연의 모습만으로 따지면 결코 강한 개체로 볼 수 없는) 인간이 오늘 날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 바로 두뇌의 경이로운 진화와 그 진화를 이어가게 하는 교육에 힘입어서일 것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의 만물지배는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모든 순리의 거스름과 자연파괴 행위는 그 행위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되는 동식물과 자연의 입장에서 결코 정의로운 일일 수 없을 것이다

 꽤 심오한 철학부스러기라도 되는 양 서술했지만 이 물음은 애당초 성립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정의라는 말 자체가 동식물 둥 자연구성원들과의 합의 없이 인간 홀로 만든데다 그마저도 처한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상대성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4.11총선 때 정의란 개념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경제나 사회 등을 앞세운 정의는 사실 잇따른 찌질이 인사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대통령이 국면을 전환하고자 공정사회구현을 천명하면서 확산됐다.

 마이클 샌달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식자들의 토론장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던 건 이런 사회적 환경조성에 힘 입은바 일 게다. 저자는 제레미벤담, J스튜어트밀,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와 직전 세기를 넘나드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논리를 검증하고 때로는 공박하면서 과연 이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에서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아쉽게도 그 유명한 책은 보지 못하고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에 올라온 교수의 하버드대 특강 동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18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제레미벤담의 공리주의(公理主義)와 그 계보를 잇는 J스튜어트밀의 공리에 기초한 정의 등에 대한 그의 생각엔 대체로 공감이 갔다

 하지만 공감과는 별개로 그가 공리주의의 모순을 설파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제시한 가설에서는 각각의 변수를 무시한 미흡함이 보여 못내 아쉬웠는데, 그 가설을 간단히 요악하면 이렇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기관차가 선로 위를 달리고 있고 각각의 학생들은 그 기관차의 기관사다. 예정된 선로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작업 중이어서 그대로 가면 그들은 모두 죽을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1명의 인부가 작업 중인 우회 선로가 보인다. ! 마음먹기에 따라 5명의 희생을 1명으로 대체할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건지를 묻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우회를 선택했고 그것이 곧 공리주의에 입각한 사고(思考)라는 것이지만 이대로면 공리주의는 모순되지 않아 보인다. 요컨대 6명의 인부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라면 5명을 희생시키기 보다는 1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사회로서는 더 유익한 일일 것이기에 말이다

 바로 이것이 필자가 지적하는 변수의 결핍인 바, 6명 인부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들일 리도 없거니와 그들의 사회기여도 역시 다를 터여서 심한 경우 1명 인부의 희생이 5명 희생보다 더 큰 사회적 손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수는 또 있다기관사의 입장인데 그대로 5명을 치면 불가항력이지만 우회를 택할 경우 본인의 의지가 개입됨으로써 대리 희생된 1명에 대해 살인 행위가 될 수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리 희생된 1명의 입장에서 이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도 문제이다.

 소경이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전체를 아는 체하듯 석학(碩學)의 큰 뜻을 헤아리기는커녕 말 같지도 않은 논리로 딴죽을 건 듯하지만 이런 조건이 제시되어야 교수의 가설이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자신의 업보 때문에 친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의 행위를 정당화하고자 세자를 광인(狂人)으로 기록한 영조실록이 보여주듯 정의 역시 승자 혹은 가진 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조작되고 미화될 수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본국에서 18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지난 5년간 여일했고 얼마 전까지도 대통령자리 따놓은 당상 같았던 박근혜 후보의 입지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대세론에 제동을 건 몇 가지 요인 중에 그의 과거사 인식이 한 몫을 하고 있는 바, 아버지 박정희의 18년 집권의 과()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라는 것인데, 세상에 요구할 게 따로 있지. 무슨 인민재판도 아니고, 대통령 하고프면 아비를 밟으라고? 차마 못할 짓이다. 필자는 박 후보가 인륜을 져버리면서까지 대통령 하고 싶은 생각 없다고 당당하게 말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저으기 실망스럽다. 아비의 과를 대신 사죄한 지금 과연 얼마나 자리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지 그에게 묻고 싶다.

 잠깐 눈을 이명박 대통령 집권초기로 돌려 보자. 대통령의 강경기조로 남북상황이 냉랭했었다.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감을 느낀 대통령이 돌파구를 찾고자 18대 국회 개원식에서 대북 유화책을 제시하려 했다. 그런데 도움 안 되는 북한정권이 우리 금강산관광객을 사살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다. 국회로 가기 전의 대통령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당연히 대북 유화책을 접고 우리 국민 사살에 대해 북측에 엄중한 항의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러질 않았고 그 실망감으로 진보를 아우르는 지지율 반등은커녕 전통적 지지기반마저 많이 떨어져나간 것을 당시의 지지도 하락이 보여주고 있다. 그때 바닥으로 떨어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회복되지 못한 채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미 늦었지만 박 후보는 이걸 타산지석으로 삼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기왕에 언급했듯이 정의는 처한 입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니 산토끼야 그러거나 말거나 집토끼라도 단도리했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나저나 표 줄 것도 아니면서 참 별 시덥잖은 딴죽을 다 걸고 있다.

 



타산지석


 세상을 살다 보면 작은 우려가 큰 낭패로 현실화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이 일도 아주 조그만 우려에서 시작됐다. 이 작은 우려는 재작년 10월 현 대통령의 남편이자 전 대통령이던 끼르츠네르가 급서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그 갑작스러움에 놀란 눈들이 이런 저런 의혹들에 주파수를 맞추느라 이 죽음이 1년 후의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은 그저 작은 우려로 간과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집권 세력이었던 끄리스티나 정부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계를 위한 분배우선정책으로 힘있는 자본가들을 적대시하느라 파이를 키우지 못한데다 세계경제의 곤두박질로 인해 안팎의 어려움에 처함으로써 남편의 후광으로 집권할 때의 높았던 지지율이 그야말로 옛일이 되어버린 참담한 상황이었다.

  언론도 거들었다. 전 정부 때부터 물을 먹어오던 거대 신문이 실정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통령 부부의 재산 증가나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회의에는 지각하는 결례를 저지르면서도 명품구두 사재기에는 혈안이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따위의 인신공격성 보도로 대통령과 국민 사이를 이간하고 있었다.

더욱이 끼르츠네르에 앞서 세상을 뜬 야권의 알폰신 전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정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어 이대로 대선을 치른다면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야권으로선 정권을 탈환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두알데나 아들 알폰신 등 야권의 자천 타천 대권주자들은 이 여세를 몰아 후보단일화로 정권을 되찾는데 힘을 쏟기보다는 저마다 자기로의 단일화를 고집하며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야권이 확실한 대항마를 내세워 역량결집을 하는 대신 고만고만한 인사들이 도토리키재기를 하며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다수의 민심은 정부의 연이은 실정에 등은 돌렸지만 지리멸렬한 야권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떠돌고 있었다. 이 민심을 되돌려와야 할 끄리스띠나 정부는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석연치 않다거나 자연사가 아닐 수 있다는 등 온갖 루머와 억측이 떠돌았던 건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런데 이 의혹의 확산을 막아야 했을 끄리스띠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되레 그는 이례적으로 조문을 온 남미 정상들에게 조차도 관 덮개를 열지 않고 조문을 받았다는 소문을 방치하면서까지 이 같은 의혹들의 확대재생산을 방조했다. 한심한 야권 주자들은 이런 격동의 시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차려진 밥상만 즐겼다. 의혹들의 규명에도, 이 죽음이 대선에 미칠 영향의 분석에도 손을 놓고 그저 상황을 관망하기만 한 것이다.

 하던 지랄도 멍석 깔아 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유언비어란 게 못하게 하고 강력하게 처벌을 하고 해야 진짜 무언가 있나 보다 싶어 자꾸 확대재생산을 할 텐데 이건 그러거나 말거나 내 깔려둬 버리니 그만 시들해져 버리는 것이다. 대신 졸지에 남편을 잃은 과부에게 연민의 정이 점차 확산되어 갔다

 실정과 편 가르기 등 부정적인 것은 전부 죽은 이가 가져가고 과부에게는 면책과 함께 동정심이 남았다. 그리고 야권의 도토리키재기가 계속되던 그의 서거 1주기 되는 작년 10월 대선에서 과부는 고만고만한 야권인사 4명을 50%가 넘는 지지율로 따돌리고 1차 투표에서 대통령에 재선됐다. 이제 정권교체는 대통령의 연임이 끝나는 4년 후에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대통령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3선을 위한 개헌 말이 대통령 주변에서 솔솔 새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부터 14년째 집권하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할 수도 있는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부부의 친구요 지지자다. 그가 관철시킨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국민투표를 대통령이나 그 주변에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권력의 강한 중독성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입증된 바 있다.

 내 나라 대한민국도 올해 12월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 현 이명박 대통령도 아르헨의 누구와 같이 집권 4년 동안 무수한 실정과 독불장군식 처신으로 민심을 잃은 지 오래다. 더하여 딱히 누구랄 것 없이 역대 대통령 모두에게 관례화되다시피 한 임기 말 측근들의 부패 연루와 그걸로도 모자라듯 친형인 이상득 의원까지 공천을 미끼로 한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어 4월 총선에 위기감을 느낀 자당 의원들로부터 연 끊기를 강요당하는 지경에까지 내 몰리고 있다.

 그 좋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내 임기 중엔 부패에 연루되는 측근이 하나도 없도록 하겠다는 집권 초의 소박한(?) 결의 하나 지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한 것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 결코 나약할 리 없지만 나약한 대통령의 의지가 막강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이겠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할 인재를 쓰기 보다 제 식구 우선이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날 위해 헌신한 사람을 내 몰라라 하는 건 지도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안 되는 것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보인 인사의 난맥상은 운용의 묘를 전혀 살리지 못한 아쉬움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제 4월에 국회의원 총선이 있고 12월에 대선이 있다. 어느 당이 집권당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민심을 얻어 집권을 하더라도 공당이나 공인의 자세를 잃으면 바로 그 순간부터 민심은 떠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타산지석은 도처에 흔하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합니다. 조국 이슈하나로 근 반년 세월을 우려먹는 한심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10년 가까운 옛 기억을 소환합니다. 채 1달을 채우진 못했어도 장관을 지냈으니 그에게도 장관연금이 지급될까요? 대한민국 그들만의 좋은 나라니까! 집권여당의 뻔뻔함은 싼 똥을 깔끔히 치우지 못하고 엉거주춤 뭉개고 있는 제1야당의 무능함에 힘 입은 바 일겁니다.

 제발이지 이런 몰염치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반성이 커야 각오가 한층 새로울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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